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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월요논단] 이주노동자들의 꿈을 응원한다

작성자 : 아시아문화연구원 날짜 : 24/07/19 15:46 조회 : 33

[월요논단] 이주노동자들의 꿈을 응원한다

 

입력 2024-03-03 20:38

지면 아이콘지면

네팔귀환 이주노동자들 만남 인상적
한국서 일하는 연령 92.7% 20~30대
한국어 소통 문제로 생활의 어려움
각자의 사연 갖고 머나먼길 찾아와
옛일 돌아보며 미래 함께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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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 협의회 회장·문학박사

네팔의 작은 마을 쿰마약(Kummayak)의 초청으로 네팔을 방문하였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를 거점으로 하여 룸비니, 다란 등을 오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주노동자의 가족과 네팔인 한국어 교사도 만났다. 특히나 한국으로의 이주노동 경험이 있는 네팔귀환 노동자들과의 만남은 감동이었다. 도살장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한국식 정육점을 창업한 프라빈(Prabin), 지방자치단체장 6명이 한국에서 일하고 네팔에 돌아와 당선되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쿰마약 방문이었다. 카트만두에서 차로 9시간만에 다란(Dharan)에 도착하고 1박을 했다.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쿰마약에 11시30분경에 도착한 듯하다. 비포장만 67㎞를 달렸다. 인구 1만6천명 가운데 200명이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여전히 한국으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주민이 많기만 하다는 것이다. 복통과 설사로 몸은 괴로웠지만, 방문하기를 참 잘하였다고 몇 번을 속으로 되뇌었다. '아, 이토록 멀고 먼, 험난하고 험난한 길을 왔겠구나! 한국에 돌아가면 이주민들에게 더 따뜻하게 더욱 잘해주어야겠다!' 몇 번이고 이렇게 속으로 말하게 되었다.
 

 



'고용허가제 흐름과 이주노동자 실태(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21년 11월'에 의하면 비전문 취업(E-9) 이주노동자의 나이는 15~29세(47.5%), 30~39세(45.2%)로 나타난다. 20~30대 이주노동자가 92.7%에 달한다. 그리고 기혼 비율이 52.3%에 달했다. 한국 생활에서의 어려움은 언어 문제(39.1%), 외로움(30.1%) 등으로 나타났다.

혈기 왕성한 젊은 사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한국어 시험에 합격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는데도 왜 여전히 한국어 소통은 문제가 되는 것일까? 한국사회의 기성세대들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적도 좋았지만, 영어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언어로 소통하지 못하니 외로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EPS 한국어 시험에서 평가의 방법을 보완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나 EPS 송출국 가운데 한국어 성적이 가장 좋은 네팔 이주노동자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싶다.

이주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식물과 동물의 이주 과정을 보면 세상사의 이치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듯하다. 주어진 환경에 몰입되다 보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때도 있다. 그렇게 네팔에서 마주한 사루비아(Salvia)는 키가 커서 몰라보았다. 브라질이 고향이라는 이 꽃이 네팔에서는 스칼릿(Scarlet Sage)으로 불렸다. 주위를 돌아보며 오죽(烏竹), 영산홍, 금잔화도 반갑게 만났다. 네팔에서 만난 식물 가운데 '기린꽃'은 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기린꽃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동남쪽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공화국으로 꽃밭에 기린이 노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꽃기린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일명 사막의 장미라고도 불리며, 꽃말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함'이란다. 열정을 다하여 마디마다 가시가 돋는 아픔을 참아내고 겨울을 이겨내는 작지만 큰 힘을 가진 꽃이라는 의미이다. 기린꽃의 네팔 이름은 '까란 풀'로 가시가 있는 꽃이라는 의미라고 하니 이주노동자의 삶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크기도 이름도 다르지만 그렇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이주노동자 이주의 배경과 과정이 식물들의 이주 과정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은 각자의 사연을 갖고 그 머나먼 길을 꿈을 찾아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중동으로, 독일로, 미국으로 이주 노동을 떠났던 것처럼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꿈을 응원한다. 우리의 옛일을 돌아보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었다. 지나는 길에 생김도 피부색도 우리와는 다른 이주민을 만나게 되거든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아달라 부탁하고자 한다.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 협의회 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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