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of Peaceful Coexistence of Asian

아시안의 평화로운 상생을 꿈꾸다.

자료실

[조선일보] “넘어져도 괜찮아”… 국가·언어 장벽 뛰어넘은 다문화 체육대회

작성자 : 아시아문화연구원 날짜 : 23/06/19 10:27 조회 : 77

“넘어져도 괜찮아”… 국가·언어 장벽 뛰어넘은 다문화 체육대회

“우리도 해외에 나가 차별 당할 수 있어”

서보범 기자

입력 2023.06.11. 15:26업데이트 2023.06.11. 16:35

지난달 21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시청 앞 운동장에서 열린 '2023 다문화 한마당 축제' 체육대회 참가자들이 '캥거루 달리기'를 하는 모습. 백팀의 바야지드 무함마드(32)씨와 홍기선(82)씨가 앞으로 넘어지자 팀원들은 "괜찮아"라고 웃으며 응원했다./서보범 기자

지난달 21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시청 앞 운동장에서 열린 '2023 다문화 한마당 축제' 체육대회 참가자들이 '캥거루 달리기'를 하는 모습. 백팀의 바야지드 무함마드(32)씨와 홍기선(82)씨가 앞으로 넘어지자 팀원들은 "괜찮아"라고 웃으며 응원했다./서보범 기자

“할아버지, 괜찮아! 천천히 와!”

두 사람이 한 포대에 들어가 5m 앞 반환점을 돌아와야 하는 ‘캥거루 릴레이’에 홍기선(82)씨와 방글라데시 출신 바야지드 무함마드(32)씨가 백팀 두 번째 주자로 나섰다. 경기가 시작되자 마음이 앞선 홍씨가 연신 앞으로 고꾸러졌다. 두 사람을 응원하던 백팀 선수들은 “아이고” 탄식하면서도 “괜찮다”며 서툰 한국말로 격려했다. 홍씨가 가까스레 출발선으로 돌아오자 다른 백팀 선수들은 두 팔을 벌려 환호했다. 홍씨는 “몸이 안따라주니 난감했는데 바야지드가 손도 잡아주고, 일으켜 세워줘서 완주할 수 있었다” “말은 안 통해도 운동을 하면서 친해지니 너무 즐겁다”며 웃었다.

'캥거루 달리기' 종목에서 백팀이 승리하자 팀원들이 환호하고 있다./서보범 기자

'캥거루 달리기' 종목에서 백팀이 승리하자 팀원들이 환호하고 있다./서보범 기자

지난달 21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시청 앞 운동장에서는 세계인의 날을 맞아 ‘2023 다문화 한마당 축제’가 열렸다. 여러 인종과 문화가 융합된 사회를 의미하는 이른바 ‘K멜팅포트(Melting Pot)’를 지향한다는 취지다. 이날 축제에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 일본, 중국, 필리핀 등 19개국 출신의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을 포함해 약 1000여명의 용인시민이 참가했다. 광장 한 켠에서는 청팀과 백팀 각 20명씩 팀을 이룬 체육대회가 열렸고, 여러 국가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 20여개도 마련됐다.

필리핀 음식 부스에서 돼지고기로 만든 ‘아사도’를 나눠주던 김연정(37)씨는 10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용인의 한 공장에서 일한다는 김씨는 “과거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싸우고 돌아와 우는 일도 있었는데, 요즘엔 한국친구들이 더 많은 것 같다”며 “한국인들은 굉장히 친절하지만, 그럼에도 존재하는 외국인 차별이 해소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체육대회 경품으로 5kg 쌀 한 포대를 받은 인도 출신 마흐디 하싼(23)씨는 “한 마음으로 응원하면서 팀원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경기에서 질까봐 마음 졸였는데 결과도 좋아서 너무 즐겁다”며 웃었다.

 

용인시 기흥구에 사는 이쌍순(76)씨는 “20년째 용인에 살고 있는데 과거보다 외국인이 많이 늘었다”며 “외국인을 마주칠 때마다 캐나다에 사는 딸 생각이 나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해외에 나가서 차별당할 수 있지 않나”고 했다.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대학생 김동유(23)씨는 “아이와 함께 축제를 찾은 부모님들이 많이 보이는데,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다문화를 익숙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 부스에서 한 스태프가 시민에게 인도네시아 전통 음료를 나눠주고 있다. 이날 축제에는 여러 국가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 20여개가 설치됐다./서보범 기자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 부스에서 한 스태프가 시민에게 인도네시아 전통 음료를 나눠주고 있다. 이날 축제에는 여러 국가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 20여개가 설치됐다./서보범 기자

관련 기사

다문화 가정 청소년 학교 10년째… “피하고 싶었지만 이젠 운명 같아요”

올해 초·중·고 학생 수 ‘또 역대 최저’… 다문화 학생은 5.4%↑

다문화가족 범위 넓혀 지원 확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다문화 인구는 11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의 55.4%는 ‘교우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출신 국가나 피부색, 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에서 “우리나라에 이주 배경을 가진 주민의 숫자가 충청남도 정도 규모의 숫자”라면서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아직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전통 음식 부스에서 스태프들이 고이꾸온(월남쌈), 짜조(스프링롤) 등 베트남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서보범 기자

베트남 전통 음식 부스에서 스태프들이 고이꾸온(월남쌈), 짜조(스프링롤) 등 베트남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서보범 기자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국제 결혼이 늘어나기 시작한 20년 전과 비교하면 정부와 민간의 꾸준한 노력으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 통합을 위해 정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문화용인시체육대회이주민차별통합

서보범 기자  편집국 사회부 기자

 

“넘어져도 괜찮아”… 국가·언어 장벽 뛰어넘은 다문화 체육대회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