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of Peaceful Coexistence of Asian

아시안의 평화로운 상생을 꿈꾸다.

자료실

[경인일보] [월요논단] 이태원, 다시 피어나길

작성자 : 아시아문화연구원 날짜 : 23/03/15 13:50 조회 : 93

[월요논단] 이태원, 다시 피어나길

 

입력 2023-01-01 19:58

 

김구용국.jpg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올해 들어 유난히 눈이 잦다. 설경은 일색인데 흥을 내기 어렵다. 10월29일 참사로 하여 감내하기 힘겨운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태원(梨泰院)은 먼 길을 오가던 이들이 머물렀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배꽃 잎이 눈송이처럼 날리던 마을이었기에 처연(悽然)함을 더한다.

예로부터 한강의 물길이 닿아 이태원은 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이러한 지리적 요건으로 용산 일대는 미군의 주둔지가 되었고, 많은 외국인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다. 또한 여러 나라의 대사관이 자리하면서 다양한 문화가 융합하는 장소가 되었다.

핼러윈 축제가 이태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도 이러한 지리적, 문화적 환경이 충족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들이 이태원을 중심으로 교류되고 융합되면서 재창조되었을 것이다.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지구촌 축제', '이태원 그랜드 세일'이 개최되는 공간이 되었던 것도 이태원의 인문지리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왜 이태원에 갔는지를 묻지 말라!"  

 

 

다양한 문화 교류·융합 재창조된 곳
역사적으론 세종 애민정신 드러나
'10·29참사' 어찌 특정지역 일인가


역사적으로 보니 이태원은 애민(愛民)의 상징적 장소였다. 세종 8년(1426), 백언(白彦)이 수원부로 어버이를 뵈러 가는 길에 윤봉(尹鳳)은 이태원(利泰院)에서 백언을 위로하였고, 세종께서는 참찬 최윤덕(崔閏德)·병조 판서 이발(李潑)·좌대언 조종생(趙從生) 등을 명하여 한강(漢江)에서 전송하게 하였다. 백언이 부모를 뵈러 가는 것이 어떤 연고인지는 나타나지 않으나 이태원은 세종의 애민정신이 드러나는 장소이다.

세종 19년(1437), 이태원 등 기민(飢民)을 구제하기 위하여 설치된 진제장(賑濟場)이 관리 소홀로 잘 운영되지 못하자 책임을 한성부에 맡긴다. 그리고 "만일 구휼에 태만하여 굶어 죽게 하는 일이 있으면,… 예에 의하여 결단(決斷)하고, 속죄(贖罪)하는 것을 허락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로 보아도 나라는 백성들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여야 하기에 한치의 소홀함도 허락되지 않았다. 10·29 참사가 어찌 특정 지역의 일이란 말인가? 그러니 세종께서도 이태원을 담당하는 관리에게만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았다. 나라 전체의 일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토끼해인 기묘년(1459)에도 이태원에 진제장을 설치했다. 굶주린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한성부(漢城府)에서 아뢰기를 "청컨대 진제장(賑濟場)을 보제원(普濟院)·이태원(利泰院)·홍제원(洪濟院)에 설치하여 경기(京畿)의 굶주린 백성을 살리게 하소서" 하니, 나라님은 그대로 따랐다. 이렇듯 이태원은 나라가 백성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지역이었다.

같은 해, 세조께서 '보제원(普濟院)과 이태원(利泰院)에 가서 구황(救荒)과 냇가의 기울어진 가옥(家屋)을 살펴보도록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와 같은 심정과 대책을 요구한다. 이태원의 곳곳을 돌아보고 살펴보아 앞으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이태원만의 일이 아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전국 여러 지역의 환경을 꼼꼼히 조사하여 더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한편, 주민 스스로 언제고 다가올 어려움을 미리 준비하였던 마을이 이태원이었다. '용재총화'에서 성현(成俔)은 외가 팔영(外家八詠)에서 '남산의 남쪽 이태원촌 사람들은 도료( 蓼)를 심어 홍아로 만들기를 좋아한다'고 하였다. 당시 '홍아(紅芽)'는 붓기를 없애고, 해독과 체증 등에 효능이 있던 구급약이었다.

국가, 국민안위 무한책임 기억되길
정치인, 정치적인 이해득실 셈 말라


이태원의 표상이 새롭게 마련되기를 바란다. 국가가 국민의 안위를 무한책임 지는 장소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정치인들도 패거리 지어 정치적 이해득실을 셈하지 말라. 오직 국민만을 위하여 책임을 다해달라. 그래야 국민이 국가를 믿고 따르지 않겠는가? 내일의 이태원은 아픔을 딛고 문화적으로 융합하고, 서로 배려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장소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경인일보 : [월요논단] 이태원, 다시 피어나길 (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