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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월요논단] "귀화한 개망초에게 이주민 정책을 물었다"

작성자 : 아시아문화연구원 날짜 : 23/03/15 13:48 조회 : 87

[월요논단] "귀화한 개망초에게 이주민 정책을 물었다"

 

입력 2022-08-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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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전국 들녘 어디를 가나 망초꽃이 지천이다. 특히나 경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면 어김없이 망초꽃을 만난다. 많고 많은 꽃이며 흔하디흔한 꽃이라 망초는 으레 이 땅에 피고 지는 꽃이라 여길 것이다.

그런데 망초는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이라는 명칭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외래종이니, 외래식물이라는 용어는 들었어도 귀화식물이라는 용어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망초와 같이 조선 시대 말 개화기를 즈음하여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들을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 들어왔다고 모두 귀화식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래식물 스스로 증식하지 못한다면 귀화식물이 될 수 없다. 즉, 외래식물이 귀화식물이 되는 것은 한국의 자연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해야 하며 번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망초는 외래식물로 한국의 토양에 완벽히 적응하였고 왕성한 번식력을 갖추어 귀화식물로 분류된다.

망초의 유입과 정착과정을 보니 재한 이주민들의 삶과 많은 점에서 닮아있다. 유입의 과정이 그렇고 명칭에 대한 불편함과 부당함이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의 절대적 필요성 또한 그러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땅에 망초가 뿌리를 내렸듯 다투어가려 않는 일터에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섰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던 한적한 농촌에 결혼이주여성들이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의 체류와 한국어의 능력 등 조건이 충족되면 귀화가 허락된다. 이를 보아도 이주와 정착, 귀화의 과정과 절차는 식물도 사람도 예외일 수가 없다. 

 

 

망초는 나라 망하게 하는게 아니다
춘궁기때는 먹거리·한방에선 약초
유용함에도 인정 못 받아 안타까워


각설하고 망초(莽草)는 북아메리카가 고향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나라를 망치게 하는 꽃'이라는 의미로 '망초(亡草)'란 불명예를 안게 되었을까? 내력은 이러하다. 개화기 철도를 개설하면서 선로를 떠받치는 침목(枕木)이 필요하였고 이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였다고 한다. 그때 침목에 붙어 망초의 씨앗이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다 보니 일본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퍼트린 것이라는 의미에서 망국초(亡國草), 망초(亡草)가 되었다는 것이다.

개망초는 더 억울한 이름을 가졌다. 망초(莽草)는 봄망초와 개망초로 구별되는데 볼품은 개망초가 뛰어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그러니 급이 낮다는 의미로 추가되는 '개'는 개망초에게 불편하고도 부당한 이름인 것이다. 마치 저개발국가에서 결혼한 이주여성의 가정만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는 것과도 유사하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망초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망초의 유용함은 한둘이 아니다. 첫째로는 먹거리다. 특히나 춘궁기에는 여린 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둘째는 한약재였다는 점이다. 한방에서의 '비봉(飛蓬)'은 개망초의 약재 이름인데 독을 제거하고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염은 물론 설사와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였으며 피를 맑게 하고, 가려움을 멎게 하였으며, 해열제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셋째는 차로 음용되었다는 점이다. 개망초 꽃차는 혈전의 생성을 막아 혈액순환에 효험이 있다 한다. 항산화 성분이 블루베리의 2배로 함유되어 피로회복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망초는 이다지도 유용함에도 그 수가 허다하여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행복주는 '화해' 깨달음이 향기롭다
다름 존중 세상 여는 '이민청' 되길


그러나 망초는 오해로 빚어진 이름을 잊고 여전히 우리의 들녘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망초의 꽃말이 '화해'라고 하니 성정이 이러한 탓일까? 개망초꽃의 꽃말인 '화해'는 다툼으로 빚어진 화해가 아니다. "멀리 있던 사람 가까이 오게 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화해"라니 망초로부터 배우고 깨달음이 크고 향기롭다.

항간에 '이민청'을 포함한 국내외 이주민 정책의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토종의 달맞이꽃과 망초꽃이 이웃하여 피어난 풍경을 보며 사람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서로의 다름이 존중되는 세상을 열어가는 열쇠가 '이민청'이기를 바란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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