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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월요논단] 떠도는 한국인 '해외입양아' 누구의 책임인가

작성자 : 아시아문화연구원 날짜 : 23/03/15 13:46 조회 : 89

[월요논단] 떠도는 한국인 '해외입양아' 누구의 책임인가

 

발행일 2021-12-27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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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인류가 출현한 후, 인류는 이동에 이동을 거듭하였다. 물론 대개의 경우 더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그러나 이동이 반드시 이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동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이동은 또 다른 이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이동은 그 원인이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에 따라 이동의 거리도 이주의 가능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19세기 후반 조선 진출을 꿈꾸는 서구 열강에 의해 임오군란(1882)을 시작으로 러일전쟁(1904)까지 조선은 숱한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사회는 혼란스러웠고 민중은 극심한 굶주림에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일본의 수탈은 극에 달하였다. 이에 한국인들은 하와이로의 이민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하였다. 1902년 12월22일 월요일 제물포를 출발하여 102명이 1903년 1월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인 이주민은 2016년 현재 740만명에 달한다.

재외한국인 740만명 가운데는 숨겨진 숫자가 있다. 이 가운데 16만7천명은 해외입양아이다. 이들은 스스로 해외 이주를 선택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중에 참전한 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이 대거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피부색이 다르고 생김이 달랐던 혼혈아들에 대하여 한국사회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들의 해외 이주는 사회적 냉대에서 기인된 것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국민적 자부심이 제고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우리나라는 사회적 성숙도에서도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국가인지에 대하여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1955~2015년 美입양아는 11만2천명
이중 4만명 학대·파양… 복지부 통계
이들은 현재 무국적자로 떠도는 삶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1955년 이후 2015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어린이는 11만2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4만명의 한국계 입양아가 미국의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거나 파양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과연 어떠한 이유에서 해외입양아로서의 운명을 맞이하였는가. 입양 가정의 여러 면면과 자격 요건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은 미국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겠으나, 이러한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다투어 해외입양을 보낸 한국의 입양기관들은 얼마나 엄청난 잘못을 범하였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입양아들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대한민국 정부도 책임을 통감하여야 한다.

얼마 전 '한국이 내 삶을 부쉈다'라는 신문 기사를 통하여 국적이 없는 미국 내 한국인 입양인이 최소 4만여 명에 달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이 기사에는 '있지만 없는 사람들, 무국적자'란 부제가 달렸다. 이들은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신분 없는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라도 해외입양인들의 실태 파악에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들은 자신의 결정으로 해외 이주를 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당시에 법령을 제정하였고 이를 실행하였던 모든 이들이 함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1950~70년 입양 아동수 기록도 없어
책임방기 정부 실태파악·지원 필요


그런데 더욱 걱정스러운 사실이 있다. 1950년대부터 1970년까지 미국으로의 입양아동수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전쟁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무국적자로 미국을 떠돌고 있는 한국인 입양인의 숫자는 4만명을 웃돌 것임이 자명하다. 그리고 한국전쟁 기간과 무관한 4만5천명 이상의 입양아가 1980년대에도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 1980년대에 대한민국의 해외입양에는 어떤 속내가 있었던 것인지.

대한민국이 해외입양인들의 삶을 돌보는 마지막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미국 내 입양인의 경우 외교적 협력을 통하여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든지, 이들이 한국으로의 입국을 원한다면 한국으로의 입국을 추진하여야 한다. 가장이 가족을 돌보듯 자국민을 돌볼 엄연한 책무는 국가에 있지 않겠는가.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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