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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월요논단]4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기다리며

작성자 : 아시아문화연구원 날짜 : 23/03/15 13:41 조회 : 89

[월요논단]4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기다리며

 

발행일 2021-02-22 제18면

 

어느덧 이웃이 된 이주노동자들
우리가 못챙겨 안타까운 소식도
정부 '비닐하우스내 컨테이너등
숙소제공땐 고용허가 불허' 방침
인력 절대 필요한 농어촌은 '답답'

 

김구용국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지난 12일 설을 쇠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라고도 가겠다고도 못했지만 우리는 명절을 맞아 서로의 노고를 물었고,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누면서 지난 세월의 힘겨움을 어루만졌다. 고향마을에서 만나는 모두가 위무의 대상들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누구의 누구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기에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낯선 이웃들이 늘어만 간다. 더 정겨운 사람들로 가득할 것 같은 시골의 고향마을도 낯선 이웃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 이웃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러한 현실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리 없이 작동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도 산업기술인력의 경우 3만7천484명(2018년 기준)이 부족한 실태라고 한다. 농어촌의 경우도 인력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축산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2만7천539명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

농업을 비롯하여 어업과 축산업은 먹거리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분야다. 그런데 절대 인력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인구는 지난 10년 250만명 이상이 감축된 224만명(2019년 현재)이라고 하며 어촌의 현실도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용인시 모현읍의 시설재배 농가는 이주노동자의 기여도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니 전국 어디든 우리의 이웃이 된 이주민들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사망 소식이 그간 살피지 못하였던 것들을 돌아보게 하였다. 우리의 이웃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세밀히 살피지 못한 탓이었다.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누온 속헹씨의 죽음'이란 제목의 기사는 한국의 겨울 추위를 경험하지 못했을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가슴 아프게 전하였다.

속헹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발 빠르게 대책을 수립하고자 한 것은 경기도였다. 경기도는 전면적으로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은 곧 이주민들의 인권과 직결되는 것으로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경기도의 정책철학이 반영된 실례로 판단된다.

정부의 정책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간의 자료들을 통하여 고용노동부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실태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정책과제'에 의하면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의 숙박 형태를 조사했었다. 여기에 숙박형태의 유형을 일반주택, 아파트, 기숙사, 기타 등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보다 앞서 2017년 표본조사에서는 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의 숙소 형태를 파악하였고 고용노동부는 2020년 7월 전체 외국인고용허가 사업장 중 기숙사 최저기준 미달 사업장이 31.7%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비닐하우스는 기숙사로 제공할 수 없으나, 비닐하우스내에 패널을 설치하고 기타 설치기준(근로기준법 제53조 등) 충족 시에는 기숙사 시설로 인정"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속헹'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21년부터는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 시 비닐하우스내의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등의 숙소를 제공하면 고용허가를 불허하겠다"고 2020년 12월24일 발표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코로나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2021년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노동자의 선발인원을 4만5천명으로 정하였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어촌의 농가는 외국인노동자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되었다. 숙박시설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에서의 인력 신청은 어렵게 되었다. 현실이 이러하니 올해 4만5천명의 새로운 이웃은 우리의 곁으로 올 수가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기나긴 추위가 물러나면서 희망찬 새봄이 도래하듯 내년 설에는 우리의 새로운 이웃들에게 안부를 묻고 덕담을 건넬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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