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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월요논단]두 개의 저울

작성자 : 아시아문화연구원 날짜 : 23/03/15 13:40 조회 : 89

[월요논단]두 개의 저울

 

발행일 2021-01-11 제18면

 

정인이와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본다
그러나 같은 생명인데 공분은 경중
인간 편견에 개와 이는 다를수 있지만
생명은 생명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새해는 서로 다름도 존중되길 소망

 

김구용국
김구용국 용인시 외국인복지센터장

연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겨울은 별다른 추위를 겪지 않았던 때문인지 올겨울은 유독 추위를 느끼게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렇다고 겨울이 춥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니 어쩌면 추위란 것도 절대적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같은 사건과 사고에 대하여도 각자의 생각과 느낌의 정도가 다른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입양된 정인이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듯하다. 온 사회가 공분하였고 정인이를 애도하는 물결 또한 끊임이 없다.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또한 사회적 파문을 불러왔다. 숙소라 하기 민망한 비닐하우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는데 우리 사회는 또 한차례 고된 홍역을 앓게 되었다.

정인이의 죽음은 아동의 인권뿐만이 아니라 입양제도 자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입양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오롯이 양부모의 인격과 경제적 능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양부모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충분히 고려되고 판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분을 산 정인이의 양부모가 종교인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동학대의 신고를 받고 수사하였던 경찰의 태도에 대하여도 사회적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인이 양부모의 지인도 아동학대의 정황을 신고하였다 한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는 '혐의없음'이었다. 병원에서도 아동학대를 의심하여 신고하였으나 경찰은 또 내사를 종결하였다.

생후 492일이었고 입양 254일만이었다. 짧기만 한 생애의 절반 이상이 학대로 인한 불행이었고 아픔이었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맞이하였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국적의 30대 여성 노동자가 숙소로 사용하였던 비닐하우스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를 두고 이주노동자 권익단체들은 원인 규명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를 비롯하여 컨테이너에 마련된 임시가옥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올처럼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을 난방도 여의치 않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다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고용허가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렇게 열악한 숙소의 제공에도 노동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대하여 사회적 공분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두 개의 저울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노동자의 해외파견을 통하여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 있었다. 우리는 230만명의 이주민과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사실은 알아도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이 74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그 가운데 17만명 정도가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알려지지 못하였다.

자기중심의 편향적 사고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어렵다. 새삼 이규보의 슬견설(蝨犬說)을 떠올리는 이유이다.

생명은 생명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인간 중심적 편견으로 보면 개(犬)와 이(蝨)가 다르다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규보는 "개와 이가 비록 크기는 다르나 같은 생명체임을 들어 소중하다면 달팽이의 뿔도 소의 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붕새(鵬)와 같게 보라"고 전한다.

올해는 서로의 다름도 존중되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며 "나의 학교였고, 나의 스승이었던 내 아내 정현숙"과 함께 두 분의 평화로운 영면을 기원한다.

/김구용국 용인시 외국인복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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